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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 cut] 사람 마음속에 있어야 하는 것

‘콜래트럴’은 미국 배우 톰 크루즈가 선한 영웅이 아니라 냉혹한 살인 청부업자로 등장하는 영화다. 그가 연기한 빈센트는 은색으로 물들인 짧은 머리에 아무 감정도 드러내지 않은 채 사람을 죽인다. 그런 빈센트가 LA 공항에 나타나 야간 타임 운전을 하는 맥스(제이미 폭스)의 택시에 올라탄다.   그때부터 맥스는 빈센트에게 생명을 담보 잡힌 채 살인 행각의 동반자가 된다. 달아나려 하지만 달아날 수가 없다. 둘은 택시 안에서 대화를 주고받는다. 뒷좌석에 앉은 빈센트가 말한다. “살고 죽는 데 좋고 나쁜 이유 따윈 없어. 수백만 개의 은하계와 수천만 개의 별 중 한순간 반짝이는 점 하나, 그게 우리야. 우주의 미아지.”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 허무주의다. 맥스가 답한다. “사람 마음속엔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게 있는데 당신은 그게 없군.” 맥스는 택시 핸들을 꺾고 폭주하기 시작한다.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던 그가 살인을 막는데 목숨을 걸겠다고 결심하는 장면이다.   콜래트럴(collateral)은 ‘담보물’이란 뜻도 있지만 ‘부수적인’이란 의미도 있다. 자신을 세상의 중심에 놓고, 다른 이들은 부수적인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내가 있어야 너희가 있고, 내가 없으면 너희도 없다’는 세계관이 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 없으니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으면’ 한다.   겉으로는 멀쩡하게 보이는 데, 실은 인간의 내면 같은 게 없는 이들이 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는 모습들을 보면서 ‘사람 마음속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되새기게 된다. 그들은 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일까.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과연 죄와 사람을 완벽하게 분리해낼 수가 있을까. 어떤 죄는 그 사람의 의식세계에서 나온 것일 진데.  권석천 /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컷 cut 마음속 사람 마음속 살인 청부업자 택시 핸들

2024-12-15

[컷 cut] 평범한 우리가 만드는 무서운 세상

대지진으로 온 세상이 무너져 내리고 아파트 한 동만 온전하게 살아남는다. 살을 에는 혹한 속에 사람들이 아파트로 밀려든다. 처음엔 어쩔 수 없이 그들을 받아들였던 주민들은 외부인과의 충돌 사건을 계기로 등을 돌리기 시작한다. “다 같이 살아야죠”라는 이상론은 “그건 다 같이 죽자는 얘기”라는 현실론에 맥없이 허물어진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야기다.   주민들은 902호 영탁(이병헌)을 임시 대표로 선출하고 방범대와 배급 시스템을 구축한다. 첫 조치는 ‘바퀴벌레’(외부인들)를 내쫓는 ‘방역’이다. 왜냐고? “아파트는 주민의 것”이니까. 이 헌법 제1조는 주민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정당화한다. 대표 영탁은 말한다. “우리가 뭘 하든 죄책감 가질 것도 없고 자부심 가질 것도 없어요. 우리 지금 당연한 거 하고 있으니까. 가장이 가족 지키는 거.”   602호 명화(박보영)는 “사람이 어떻게 그래?”를 되뇌지만 ‘아파트를 지키자’는 구호 앞에 속수무책이다. 수많은 일들이 폭풍처럼 몰아친 뒤 아파트를 빠져나온 그녀에게 다른 지역 주민이 묻는다. “그 아파트에선 사람 막 잡아먹고 그런다던데?” 명화는 답한다. “아니요.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었어요.”   ‘평범한’이란 수식어가 그렇게 무섭게 다가온 적은 없었다. 우린 스스로를 평범하고 선량하다 여기지만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농후하다. 어떤 상황, 어떤 지경에 놓이면 그 주어진 ‘조건값’에 따라 행동하는 게 보통의 사람들이다. 예수를 십자가에 매달았던 것도, 마녀 화형식을 했던 것도, 히틀러 지휘에 따라 유대인을 죽음의 수용소로 보냈던 것도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어쩌면 지금의 무서운 세상은 평범한 우리들이 만드는 것인지 모른다. 우리 가족의 ‘유토피아’를 위해서라면 다른 이들의 삶 따위는 언제든 ‘죄책감도, 자부심도 없이’ 저버릴 수 있는 당신과 내가. 권석천 /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컷 cut 콘크리트 유토피아 지역 주민 임시 대표

2023-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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